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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수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이태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이태원 2

리챠드71 2020. 4. 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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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무더운 여름, 하루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신도는 경진에게 다가갔다.

“뭐하냐?

“아~ 느냐~, 뭐하긴… 오늘 배운 거 복습하야~”

“날도 더운데 나가자~ 내가 쏠게”

“워메~ 재수생이, 어딜가야어딜 가야~ ~,

“가자니까~ 재수생은 더위도 안 타냐? 제과점에서 단 밭 빵에 빙수 한 사발 하자~ 내가 살게!!”

... 니가 쏘는가? 가고~~?

“그래, 내가 쏜다 쏴. 오늘 고향 집에서 돈 부친다고 했으니까, 우체국 들렀다 먹으러 가자”

 

신도는 집안의 성화로 그다지 내키지 않는 듯 한 삼수의 고행을 하고 있었고, 경진이는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고생한다는 생각에 허벅지 사이로 피어오르는밥이 누렇게 익을 때까지 엉덩이를 의자에 입양시킨 듯 책과 씨름을 했었다. 물론 오늘은 빼고~

 

“워메 시원한 거~역시 여름엔 빙수야 빙수! 그라구 이 단팥빵은 워메~~~~

“안 데리고 왔으면 절교하자고 했겠네~ 하여간…”

“고마워~ 친구~! 나가 고마워서 나중에 이노므 밭빙수로 노래 만들어 줄랑께 쪼까 기둘려봐~”

“그래, 기다리마! 약속이다!~

 

이 둘의 여름은 달랑 제과점에서 빙수 한 접시로 여름을 보냈다. 이 둘? 정확히 말하면 신도는 아니다. 신도는 그 나름대로 탈출구가 있었다. 미팅에 고고장에~ 뭐 말이 삼수생이지 반 사회인이나 다름없었다.알잖나, 돈 많은 삼수생! 무 더운 햇살 아래 빙수 녹 듯이 겨울은 금방 왔고 대학 고사도 다가왔다.

 

“신도 형님~년 동안 고상했어야~~

“너 왜 그래?형님은 뭔 형님! 친구끼리…”

“한 번 불러 보고 싶어서 그랴~ 고생했으니까~

“고생은~ 너가 정말 고생했지.

“그라도 니가 고생했지~ 나 땜에 미팅도 못 가고, 고고장도 못 가고 공부했으니께~ ㅎㅎㅎ”

“그래, 네 덕분에 나도 내년 제사 때는 고향에 내려갈 수 있겠다. 나야 삼수라서 너 보다는 낮은 데 응시했으니까… 되지 않겠냐?

“말은 바로해야재~ 삼수라서 낮은 데 넣은 거시 아니라~ 점수 딸려서 는 거 아이고? ㅋㅋㅋ”

“야!!!~~~~ XXX~X~XX~

“농담이야~ 농담~ ~ 고사 치르고 내가 막걸리 함 쏠게~”

“그래~ 나도 네 덕에 기분 좋게 막걸리 한 번 먹어 보자!

 

대학고사가 치러지고 며칠 후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합격 소식을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먼저 알린 후 경진이는 신도와의 약속 장소인 제과점에 일찍 도착했다. 하지만 신도는 약속 시간이 지났음에도 오지 않았다. 경진이는 불안한 맘에 벽에 걸린 시계만 몇 번이고 쳐다보다 주문한 우유가 다 식어서야 이내 제과점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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