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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수다

킹메이커 21 [썰~연재]

리챠드71 2021. 3. 20.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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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Maria Elena

 

 

 국빈관은 예전과 많이 변한 게 없었다. 중앙 벽면에 자리 잡은 뮤직박스! 구석구석에 자리한 스피커에서는 DJ의 달콤한 목소리에 이끌려 팝과 가요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뭔가가 없어 보였다. 젊음과 활기?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손님들 중에서 20대는 보이지 않았다. 헌규가 군에 입대하기 전과는 연령층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형님~ 저 왔어요~”

 

헌규는 뮤직박스로 다가가 DJ 형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 왔어! 거기 앉아~ 금방 나갈게!”

 

 헌규는 뮤직박스 바로 옆에 자리하고 앉았다. DJ 형이 홀 직원에게 뭐라 했는지 잠시 후 헌규에게 커피 두 잔이 배달되었다. 뭐 당연히 DJ 손님은 공짜다. ㅎㅎㅎ

 

“잘 마시겠습니다.”

 

 헌규는 주방을 향해 일어나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청계천이나 종로나 다 비슷한 바닥이라 업종을 변경하든 안 하든 다시 만날 수 있기에 서로가 정도껏 예의를 지키는 편이다.

 

 헌규는 DJ 형이 오기 전에 커피 한 모금하며 담배를 물었고, 담배가 타 들어 간 시간만큼 추억을 회상했다.

 

“승준이 쓰바라지~ 신비의 세계 비디오가 뭔지 알았을 거 같은데? 아~쪽 팔려”

 

 다음 주 공매도 중요했지만 몇 년 전 이 곳에서 승준이를 만났던 기억과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소환되었다. 추억도 잠시, 스피커에서 DJ 형의 멘트가 흘러나왔고 헌규는 고개를 돌려 뮤직박스를 바라보았다.

 

“형님~ 안돼요! 거기서 담배 피우면 안 된다고요~”

 

 헐! 그런데 DJ 형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뮤직박스 안에서 담배를 물고 멘트를 날리고 있었다. 헌규는 담배 피우면 안 된다고 제스처를 취했으나 형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쓰~~읍, 후~~~~”

 

 사실 뮤직박스 안에서는 금연이다. 화재 위험성도 있고 환기가 안 되어 금연은 필수다. 하지만 헌규는 DJ 형의 멘트를 듣는 순간 동공이 커졌고 담배를 따라 물며 뮤직박스 안을 주시 했다.

 

“그동안 국빈관을 찾아 주신 손님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수년 동안 이 작은 뮤직박스 안에서 여러분들의 사연과…”

 

 DJ 형의 고별 멘트다. DJ가 정든 뮤직박스를 떠날 때만 담배 피우는 것을 허가하는 이 바닥 전통! 프로 야구로 따지면 은퇴식이라 생각하면 된다.

 

 많은 손님들은 고별과 감사의 마음을 박수로 대신하였고, DJ 형은 담배를 손에 꼽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들에게 인사하려는 듯…

 

순간! 아비정전 영화 삽입곡 ‘Maria Elena’가 국빈관에 울려 퍼졌다.

 

“빰 빠바빠바빠바 빰~ ~~ ~”

출처- 영화 아비정전의 한 장면

DJ 조성진은 장국영이 되어 맘보 춤을 추었다.

 

장 국 영 !

 

 당시 어마어마한 팬들을 보유한 장국영! DJ 형은 짧게나마 이 음악에 맞춰 담배 물고 맘보춤을 추며 정든 뮤직박스와의 고별을 즐겼다.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떠나가는 시점에서 어쩜 일반인들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를 연상 하였겠지만 DJ 조성진은 기존의 꼰대들과 스타일이 달랐다.

 

"저래 엉덩이를 섹시하게 흔드니 안 넘어가는 여자가 있겠어? 역시 형님이셔엉!"

 

섹시하게 흔드는 DJ 형의 춤사위에 국빈관에 다시 한번 박수가 울려 퍼졌다.

 

 

출처- 영화 아비정전의 한 장면 

 

 

“오래 기다렸지? “

 

“형님~ 오늘이 마지막인가 보네요~ 그런 거죠?”

 

“짜식~ 다 들어 놓고선 뭘 물어~ 차 다 마셨으면 나가자~”

 

 뮤직박스가 있던 국빈관의 추억은 여기까지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음악다방 국빈관은 문을 닫았다. 이후 나이트클럽이 생겨나면서 ‘국빈관’ 상호를 사용하게 되었다. 아마 그즈음에 단성사 극장도 간판을 내린 거 같다. 오랜 시간 젊은이들의 귀와 눈을 호강시켜준 서울의 두 명소가 추억으로 사라 졌다.

 

 

출처- 한겨레 자료 사진

 

 

일요일은 쉽니다. 리챠드도 휴식이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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