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28 [썰~연재]

★ 오시면 감사하고, 공감(♡) 누르면 감동하고, 구독 주시면 감명합니다. ★

 

#28 박실장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서 소주잔이 오가자 양철 원형 식탁 위에 두꺼비가 하나 둘 올라 왔다. 사장님은 기분 좋아 다시 한번 얘기를 해보라며 통쾌하고 상쾌한 트림을 내던지며 잔을 들었다. DJ 형은 옆 테이블 취중 아가씨의 터진 치마 사이로 드러난 각선미만 흘겨보고 있었다.

 

 

“그니까~ 다시 말씀드리면요…”

 

 얘기는 이렇다. ‘민들레 영토’에서 석주가 공중전화로 승준이에게 입찰 가격을 알려줄 때 이슬이가 엿듣고 헌규에게 알려 주었고, 헌규는 그 가격보다 조금 더 써냈던 것이고, 석주는 헌규의 낙찰을 막기 위해 승준이 입찰표를 결재 판의 그것과 바꿔 과장에게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헌규는 이미 이슬이가 커피 소동을 피는 사이 결재 판 입찰표에 ‘0’을 하나 더 그려 넣어 두었고, 석주는 뒷자리에 ‘0’이 하나 더 붙어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채로 과장에게 제출한 것이었다. 승준이가 4백7십3만 3천 원이 아닌 4천7백3십3만 원에 그 기계를 살 일은 없기에 바로 아래 가격을 써낸 헌규가 낙찰받게 된 것이었다.

 

“다들 이해하셨죠? 이제부터는 쭈~~~ 욱 꽃 길만 걷자고요!”

 

“그럼 이제 헌규가 사장이 되는 건가? 개인사업자도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그럼요, 사장님! 이제 박 사장이라고 불러야죠~ 박 사장님~~”

 

“사장이요? 제가요? 에이~ 여기 진짜 사장님이 계신데요~”

 

“난 안 되는 거 알잖아~ 이미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어 감시받을 게 뻔한데, 안돼!”

 

“…”

 

“그럼 사업자는 제가 내고 사장님은 계속 사장님 하세요. 어린놈이 뭘 안다고 사장을 하겠어요, 남들 보기도 그렇고.”

 

“그래! 헌규야~ 실장 어때? 실장! 요즘 드라마 보니까 사장이나 회장보다 아가씨들이 실장을 좋아 하더만! 실장님~ 실장님~ 하면서 말이야. ㅎㅎㅎ”

 

“실장이요? 실자~앙~님~ 박실장?”

 

“어때? 듣기에도 괜찮지?”

 

 헌규는 실장이란 호칭에 제대로 꽂혔다. 드라마 주인공들이 모두 실장님으로 나오는 시기라서 반대할 이유가 굳이 없었고 사장이란 직함은 나이에 맞지도 않아서였다. 아마 이때부터인가 룸에서도 실장님, 단란주점에서도 실장님, 노래방에서도 실장님만 찾았고 대한민국은 실장님들이 주름잡는 사회가 되었다.

 

 헌규는 사장님과 DJ 형과 헤어지고 인천행 전철을 타고 금방 잠이 들었다. 잠을 깨어 보니 맞은편에 환상적으로 예쁜 긴 머리 여학생이 바닥에 금을 그어 놓고 옆자리 앉은 순박한 남학생과 지하철 게임을 하고 있었다. 마침 군인들이 발맞추어 금을 밟고 지나가자 여학생은 남학생의 뺨을 잡고 절라 때렸다. ‘절라’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형용사가 없을 정도로 비참하게 때렸다. 아마 그분이 나중에 ‘엽기적인 그녀’의 시나리오를 쓴 건 아닐지. 하여간…

 

출처-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

출처-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

 

 계절이 바뀌어도 대한민국 대중가요는 절정의 오르가즘이 계속되었다. 얼굴 되고 몸 되는 남녀 가수가 넘쳐 났기 때문이었다. 노래는 라이브가 아닌 립싱크로 처리하였으니 안 될 게 뭐가 있겠는가! 반대로 헤비메탈이나 락은 거들 떠 보지 않게 되었다. 댄스 가수들이 매주 쏟아져 나오며 앨범을 내놓은 덕에 헌규의 문화사업은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었다.

 

 물론 승준이가 없어 헌규의 사업은 더 잘되긴 했다. 당시 남자 가수 하나가 아빠 공장에서 대체 복무하다 발각되고, 프로 야구 선수도 허위 진단서로 군 면제받은 것이 발각되는 통에 병무청에서 일제 단속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허위 진단서로 면제받은 승준이도 걸려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티브이에서는 또 다른 승준이가 대박치고 있었다.

출처- MBC TOP MUSIC 방송의 유승준 노래 장면 

 

내 손을 잡아봐~ 어디든 함께 갈 테니~ 

너 없인 혼자선~ 그 어떤 의미 조차 될 수 없어~

뭐라고 말 좀 해~ 왜 자꾸 울고만 있어~

한 번만 안아줘~ 이 꿈속에서 깰 수 없도록~

 

*본 소썰은 허구이며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유승준씨와 관련이 없습니다.

★ 잠깐! 공감(♡)을 아직 안 누르셨다고요? 클릭 한 번으로 야구쟁이의 수다 심장을 뛰게 할 수 있습니다. 쿵! 쿵! ★

★일요일에는 썰~도 쉽니다. 저도 휴식이 필요~~^^

영화 엽기적인 그녀  /  개봉 2001년7월21일  /  감독 곽재용  /  출연 전지현, 차태현, 김인문, 송옥숙 외  /  제작 신철, 박건섭